재택근무 시대, 왜 우리는 오히려 연차를 더 안 쓰게 되었을까

2026.06.29

화상 회의를 하는 팀

집에서 일하니까 쉬는 것 같다는 착각

코로나 팬데믹 시절, 우리 회사는 주 3회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아침에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일할 수 있으니 처음엔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고 보니 묘한 현상이 생겼다. 팀원들의 연차 사용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집에서 일하니까 굳이 연차를 쓰지 않고 노트북을 켜 둔 채 개인 용무를 봐도 될 것 같다는 묘한 부채감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명확해져야 하는 경계

하지만 이건 상당한 착각이다. 재택근무는 장소만 집일 뿐, 업무 집중도와 피로도는 사무실 출근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집과 일터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밤늦게까지 메신저를 확인하고,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이메일을 들여다보는 부작용이 생겼다. 휴가를 쓰지 않고 재택근무 중에 슬쩍 병원에 다녀오거나 은행 업무를 보는 식의 '꼼수 휴식'은 결국 눈치 보기와 피로 누적으로 이어질 뿐이다.

오히려 재택근무 시대일수록 연차는 확실히 쓰고 완전히 오프라인 상태로 들어가는 선언이 필요하다. 프로필 상태를 '휴가 중'으로 바꾸고, 메신저 알림을 꺼두는 명확한 단절이 있어야 뇌가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공간의 자유가 업무로부터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쉬는 날에는 노트북 전원을 완전히 끄는 단호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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